
세상에는 돈을 쓰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부동산을 사거나, 슈퍼카를 굴리거나, 아니면 세계적인 테크 기업 CEO의 상징과도 같은 가죽 자켓에 거의 100만 달러를 태우는 짓 말입니다. 도대체 제정신인가 싶습니다. 젠슨 황의 시그니처 아이템이라는 상징성은 이해하지만, 이건 정말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습니다. 이런 엄청난 금액을 지불한 사람에게는 현대 사회의 형벌이 아니라, 학창 시절 추억(?)을 되살려 화장실 변기에 머리를 박아버리는 스월리(Swirlie) 형벌이라도 내려야 마땅합니다.
물론 진짜로 목숨을 빼앗자는 소리는 아닙니다. 저는 사형 제도를 믿지 않습니다. 너드(Nerd) 스러운 범죄나 지나친 팬심 때문에 실제 죽음을 당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가끔은 사회적 지탄과 함께 유치하면서도 따끔한 벌이 무대 위에서 펼쳐져야 한다는 제스처랄까요? 그만큼 이번 일은 역대급 돈낭비이자, 과도한 덕질이 만들어낸 기괴한 해괴망측한 해프닝입니다. 100만 달러면 세상에 얼마나 유익하고 가치 있는 일에 쓸 수 있습니까? 그런데 엔비디아 CEO의 낡은(?) 자켓 조각에 그 돈을 박다니요.
이런 엄청난 사건을 보노라니, 저 자신의 과거 부끄러운 덕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혼자 이불을 걷어차게 됩니다. 저 역시 과거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덕후의 길을 걷다가 거하게 삽질을 한 적이 있거든요. 때는 바야흐로 몇 년 전, 제가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엄청나게 빠져 있던 희귀 애니메이션 굿즈 한정판이 온라인 경매에 올라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알바비를 다 털어도 모자랄 판인데, 그 당시의 저는 ‘이걸 놓치면 평생 후회한다’는 극단적인 지름신에 빙의되어 있었죠.
결국 눈이 뒤집혀서 입찰 마감 5분 전에 제 통장 잔고의 대부분을 베팅해 버렸습니다. 낙찰받았을 때의 그 쾌감이란! 택배가 도착하고 박스를 열어본 순간의 전율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그 기쁨은 딱 3일 갔습니다. 3일 뒤에 당장 월세와 공과금을 내야 하는데 잔고가 0원이라는 현실이 저를 덮쳤고, 저는 눈물을 머금고 그 굿즈를 산 가격의 3분의 1도 안 되는 값에 중고 시장에 다시 내다 팔아야 했습니다. 택배 부치러 가는 길에 찬바람을 맞으며 제 자신을 향해 ‘스월리’라도 시전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때 그 흑역사를 떠올리면 지금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그래서 저는 100만 달러짜리 가죽 자켓 구매자를 보며 깊은 동병상련…은 개뿔, 그냥 엄청난 부자의 쓸데없는 과시욕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저야 당장 월세가 급해서 눈물을 흘렸지만, 그 사람은 아마 지금도 부티나는 거실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내가 젠슨 황의 자켓을 샀다구!”라며 어깨를 으쓱거리고 있겠죠. 참 세상은 넓고 괴짜는 많으며, 돈 많은 괴짜는 더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쏟고 돈을 쓰는 것은 지극히 개인의 자유이고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 선이 과도해져서 경제 관념을 상실하거나 주변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 정도가 된다면, 약간의 정신 번쩍 드는 형벌(물론 비폭력적이고 유머러스한 의미에서 말입니다)이 필요합니다. 젠슨 황도 이 소식을 들으면 자켓을 벗어 던지고 “차라리 그 돈으로 그래픽이나 더 사지!”라며 이마를 탁 칠 게 뻔합니다. 여러분은 절대 과도한 덕질로 통장을 털어먹지 마시고, 언제나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시기 바랍니다. 저처럼 이불킥하는 날이 오지 않도록 말이죠!


